이번 생엔 제가 미안해하며 살게요, 폐하.
루드베키아 폰 세느베르 록칸.
반정으로 황위에 오른 록칸 제국의 새 황제, 베네딕토와 혼인한 그녀는
황후가 된 지 한 달 만에 독에 당하고 만다.
온몸이 굳어 시체와 다름없는 삶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도,
이틀에 한 번 찾아오는 친구 아이린도,
매일 찾아오는 남편 베네딕토도 귀찮아진 지 오래.
루드베키아는 누구보다 자신이 영면하길 바랐고,
다행히 바라던 대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영원히 눈을 감았어야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가 반정을 일으키기 전으로 돌아왔다.
* * *
“전하.”
루드베키아는 스물여섯의 베네딕토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과거의 나는 당신이 내가 구한 걸 안다는 것도,
그때부터 날 마음에 담았단 것도 몰랐다.
표정이 흉흉한 이 순간에도 당신은 날 좋아하고 있겠지.
그러나 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순 없었기에.
“전하가 위험하지 않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더는 제게 미안해하지 않는 삶을 사세요.
“무사히, 좋은 짝도 만나고 황손도 키우셔야죠.”
이번 생엔 제가 미안해하며 살게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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