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세이용가로 수정된 작품입니다.탄탄대로, 정해진 경로로만 살아온 남자와, 외 줄 위에 선 듯 위태롭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의 하루가 맞물린 날이었다.“저 기억 나세요?”인혜는 모처럼 꺼내 신은 구두 덕분에 얼핏 비슷해진 시야에 있는 인혁을 빤히도 응시했다.인혁은 놀라울 만큼 자세하게 인혜를 기억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하나하나 어렵지 않게 읊을 수 있을 만큼.“자기, 나 더는 못 들어 주겠어. 아까부터 계속 같은 말만 하고 있잖아.”“그 지루한 이야기를 또 할 생각이라면 이만 일어나야겠어요. 밤은 길다지만, 이 남자와는 짧기만 한 밤이라.”결혼 만큼은 부모님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 인혜는 집에서 정해준 약혼녀를 떼어 내기 위해 몇 시간 동안만 여자 친구 행세를 부탁하는 그를 도왔다. 두 사람은 그날을 기점으로 우연하게 부딪치고, 약속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인혜에게 엄마와도 같은 이모 연정이 두 사람을 강경하게 반대한다. 인혜가 만나는 남자가 누구의 아들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졌음에도 목이 마르고, 빠짐없이 채워 넣었음에도 허기졌다.내쉴 틈 없이 입술을 맞대고, 잘근거려 끝내 잠든 그녀를 깨운 그는 나른히 올려 보다 버둥대는 손을 힘껏 맞잡아 다정스레 속살거렸다.“그 말, 다시 해 줘. 내 남자라는 말.”인혜는 비몽사몽 올려 보며 잠투정처럼 찡그려 말했다. 갑자기 무슨. 근데 웬 술 냄새가 이렇게 나요.그는 대답 대신 제 품에 코를 박고 찡끗대는 그녀의 이마에 입맞췄다.“조금 마셨어.”“갑자기 자다 일어나서요?”어처구니없어 비실 웃는 그녀를 따라 조금 웃은 그는 비스듬히 기울여 말했다.“목말라서.”불안해서.그는 술잔을 비워내듯, 영문 모르고 깜빡대는 커다란 눈을 가리고 입술 사이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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