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속 평화로운 소왕국의 엑스트라 공주로 환생했다.
그리고 내가 해안가에서 주워 와 공들여 키운 남편이 바로 이 세계의 남주.
‘에이든 카스투아 베일럿.’
문제는, 그 사실을 초야를 치른 후에야 깨달았다는 거였다.
그는 대륙을 집어삼킬 흑막 황태자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여주는 그 과정에서 흑화하는 그의 폭주를 저지할 열쇠를 가진 몸이다.
그러니, 황태자로부터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두 사람이 이어져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그가 기억을 되찾기 전에 비틀린 원작을 돌려놓으려 했는데…. 이게 웬걸?
내게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던 남주가 어느 날부터 이상해졌다.
"나는 두식이라는 그 이름이 좋습니다.”
내가 지어 준 구수한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하질 않나.
"당신이 내게 그만하라고 하면, 내가 그만두겠다 할 줄 알았습니까?"
"나는 헤어질 생각이 없어, 리엘."
여주에게 보내주기 위해 헤어지자고 하니 매몰차게 거절까지 당하는데.
아무래도 원작을 되돌려 놓기는 틀린 것 같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꼬인 걸까?
***
“…리엘?”
모든 게 당장이라도 이 세상을 떠나버릴 사람 같아 에이든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왜…. 왜 넌 항상, 내게서 멀어지는 거지?”
그러고 보면, 이 여자는 항상 그랬다.
모든 걸 다 줄 것 같이 굴면서도, 막상 손을 뻗으면 뒤로 물러났다.
억지로라도 그녀를 소유하려 하면, 영영 제게서 멀어져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에이든은 늘 뒤에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미묘한 간극에 어떤 숨은 이유가 있는지 에이든은 알지 못해서 괴로웠다.
‘이렇게 또다시 내게서 멀어져 가겠다고?’
아니. 그건 절대로 안 되지.
에이든은 리엘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를 악문 채로 짓씹듯이 말했다.
“리엘, 너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죽음으로부터도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