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는 폭군의 목을 조른다 [선공개]

황후는 폭군의 목을 조른다

시오니 아에리스는 도구였다.
저를 낳았던 부모에게는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막아 줄 공물.
그 나라에서는 제 나라를 협박할 빌미.
제 남편에게는 아들을 낳아 줄 허울뿐인 황후.
그럼에도 괜찮았다. 더 잘 살아 보겠다는 욕심 따위는 버린 지 오래였다.
그저 덜 아프고, 조금의 배려를 얻고, 약간의 다정함을 받기를.
이 중에서 제게 허락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길 소망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
도구로서의 삶을 살았던 시오니는 아이를 보낸 후
처음으로 바라는 것이 생겼다.
저를 망친, 제 아이를 해한 이 남자에게 죽음보다 더한 절망을 선사하는 것.
“계속 사랑해 주세요. 제 손으로 폐하를 죽여도 용서해 주실 만큼.”
가슴 깊이 바라서일까.
그녀의 오랜 숙원은 분명히 이루어졌었다.
자비 없이 떨어지는 처형대의 칼날과 함께.
그런데 왜.
“때가 되면 사라져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황후께선…….”
다시 돌아온 지옥 같은 현실에선 나의 절망이 스스로 곁을 떠나 주겠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버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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