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복학한 뒤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 참석한 지원은 그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학창 시절, 첫사랑이던 선배와 키스하는 걸 목격하고는 더럽단 말을 내뱉었던 개새끼. 휴학하는 동안 그 자식이 같은 학과에 편입했다는데, 더 열 받게 이쪽을 전혀 모르는 눈치다.지원은 옹졸한 복수를 꿈꾸며 의도적으로 한재원에게 접근하지만, 어쩐 일인지 자꾸 얽히고설키며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데...[본문 중]숨을 쉴 때마다 흉곽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희미하게 번지는 피 맛에 지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호흡을 채 고르기도 전에 턱이 붙잡혔다. 시야에 한재원의 얼굴이 들어왔다.또다시 다가오려는 걸 보고 황급히 두 손으로 막자 “왜?” 하고 이유를 묻는 말이 들려왔다.왜라니, 지원이 묻고 싶은 말이었다. 코앞에서 시선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간 애써 눈 돌려왔던 일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너랑 있으면 재밌어.’언제부턴가 대놓고 스스럼없이 호감을 드러내고.‘오늘은 영화 뭐 볼래?’제멋대로, 본인 위주로 행동하던 놈이 너는 어떠냐며 상대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나랑 같이 공부하자니까. 1등 양보해 줄게.’시험 기간 때 얼굴도 보기 힘들다며 찡찡대고, 매일 먼저 문자 하고, 탐탁지 않아 했으면서도 결국 오늘 술집으로 오고. 그리고…….‘그 새끼가 너 때리려는 거 보니까 몸이 먼저 움직였어.’대체 왜?네가 뭐길래…. 너한테 내가 뭐길래…….취기가 심장으로 몰렸는지 무섭도록 빠르게 뛰었다. 등으로 빛을 막아 그림자를 드리운 채 한재원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지원의 눈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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