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비 잡아먹은 년.7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말이다.심지어 아빠의 장례식장에서도 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같은 차에 타고 있었는데 어째서 너만 살았냐고.아비를 잃고 살아남은 자식의 슬픔과 자식 잃은 어미의 아픔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지안은 이제 생각하기도 벅찼다.할머니를 이해하려면 결론을 내야 하는데 죽은 아빠를 더 이상 떠올리기가 힘들었다.교통사고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자에게 죄책감은 운명의 굴레 같은 거였다.치매 걸린 할머니가 매일매일 죄책감을 자극하는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가는 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었다.잘나가던 서울 남부 지검 부장 검사 아들을 잃고 정신을 놓은 할머니의 독한 욕설들이 아니어도 죄책감을 동반한 상실감은 강을 이뤄 곧 바다가 될 참이었다.그런데 10년 만에 우연히 혼잡한 버스 환승 센터에서 무영을 만났다.“오랜만이다.”그녀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가만히 누르며 입술만 살짝 늘여 웃었다.“그러게. 되게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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