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사미인(소책자 포함)

기담, 사미인(소책자 포함) 완결

<기담, 사미인(소책자 포함)> “못 보던 얼굴이다. 누구야?”
눈이 마주치자 선명하게 보였다. 새까만 홍채 속에 은빛의 파편들이 무수히 박힌 듯한 이질적인 기운.
분명하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보다 강하다. 개미보다 강한 것이 코끼리인 것처럼 그렇게 강하다.

……일의 발단은 두더지였다.
내 좋은 잠자리에 무모하게 침입한 것으로 부족해, 무척 아끼는 삼나무 뿌리를 갉아대는 통에 계속 잘 수가 없었다.
깨어서 그 녀석들을 혼내주고, 허기진 배도 채운 뒤 다시 잠을 청하려다가 문득 아,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춘분에 나는 사백 살이 된다.’
생일을 기념하는 일은 그만둔 지 오래지만, 그 순간 무주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돌아왔다.
예전처럼 따스한 무주의 안개는 날 환영해주는 것 같았지만, 학교에 다니게 된 첫날 나는 교실에서 ‘그’를 보았다.

명(冥).
그것이 그의 이름.
그는 이름 그대로 환한 빛 속에 서 있는 암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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