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에델. 그것이 나의 이름이었다.
나는 동료들과 사특한 흑마법사를 처단하다 죽고야 말았다.
그런데…….
“안, 안 돼! 죽지 마. 널 좋아한다는 고백도 못 했단 말이야.”
“나, 나도 널 좋아해. 로건보다 훨씬 더.”
내게 시비만 걸었던 내 동료 빛의 기사 로건도.
까칠했던 내 동료 마탑주 헤네시도.
나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놈들아, 그런 건 살아생전에 고백했어야지!
그 순간 절망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22년 동안 연애를 한 번도 못해 봤잖아!’
그렇게 죽은 줄 알았는데.
나는 무려 200년이나 흐른 후에 다시 깨어나게 되었다.
헤일리라는, 철부지 공녀의 몸에서.
성녀? 흑마법사의 재림? 세계구원?
그런 건 개나 줘 버리기로 했다.
소생한 나는, 일단 연애부터 할 생각이었다.
* * *
그런데 내 인기가 의외로 많았다.
“아가씨가 울던 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제가 아가씨를 앓게 된 것 같습니다.”
내 고백을 무참히 거절했던 로건의 후손도.
“아가씨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감당해 주십시오.”
내 호위로 위장한 헤네시의 후손도.
“헤일리 양. 제가 사랑해 줄까요?”
어쩐지 수상한 잘생긴 신관도.
내게 추파를 던졌으니 말이다.
와중에 흑마법도 200년 만에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나는 세계를 구원하는 일을 무시하고선,
웨딩마치를 무사히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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