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더 깊이

아픈 만큼 더 깊이

“임신하면 좋지, 나를 떠나지 못할 테니까.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지 않아?”온 세상이 순백으로 물든 10년 전 어느 겨울, 운명처럼 서원은 지현의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준 계기로 충동적으로 한국에 남기로 한다.약간의 흥미로 시작한 마음이 아픈 집착과 사랑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날 사고가 없었다면.도움의 대가로 서원과 육체적 관계만 나누는 지현,가난한 내 작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남자라, 한순간도 욕심낸 적 없었다.달아나려고 할수록 파드득거리다가 서원이 주는 안녕과 쾌락에 굴복하고 마는, 지현은 10년째 불편한 안락에 순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내 인생을 살고 싶어. 남들처럼 평범하게.”“남들처럼? 지금까지 평범하지 않았나?”서원은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 가느다란 목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뭐든 주고 싶은 남자와 뭐든 받기 싫은 여자는 이렇게 맞섰다.“누구와 뭘 한다고? 가만 안 둬, 네 옆에, 나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새끼들은.”툭툭, 사납게 뜯은 블라우스 단추가 발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감당한다면, 내 아이를 가질래? 정말 내가 책임지기라도 할까 봐, 그게 두려운 거잖아. 넌.”감당하기 힘든 사랑임을 깨닫고 헤어짐을 결심했을 때, 소중한 소식을 알게 되었다.너를 가질 수 있다면. 나를 미워해, 증오라도 내 곁에서<아픈 만큼 더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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