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죽일 걸 그랬어.”
카디우스 공작 부인이 죽었다. 사인은 중독.
독의 마녀라는 멸칭에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었다.
그녀의 장례식에서.
그녀의 남편 라하르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성혼 맹세를 읊었다.
정작 결혼식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그가.
“죽음조차도 맹세를 부수고 내게서 그대를 데려가진 못할 것이다.”
한때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저주스러운 이름.
“이렐라이데.”
라하르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제 손으로 직접 관에 누인 자신의 아내가,
조문객들의 사이에 숨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
“……우리 아이는, 당신이 죽인 거예요.”
“이렌, 그때 네게 그렇게 말했던 건.”
“나도 당신한테 거짓말을 하나 했어요.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렌이 아이의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라하르트는 바르르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입술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당신 아이야.”
이렌이 축 늘어진 리안을 끌어안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를 토해냈다.
“리안은 당신 아이예요. 당신이 우리 아이를 죽인 거야. 두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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