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달을 씻어서 창가에 걸어 두고

새벽달을 씻어서 창가에 걸어 두고 완결

재앙의 원흉이자 황실의 천박하고 불운한 사생아.별궁에 갇혀 모진 학대를 받았던 소효에게 남은 것은 신탁을 빙자한 죽음뿐이었다."죽기 전에 1년만, 백유하라는 자와 혼인해서 살아 보고 싶습니다. 측실이라도 좋습니다."스무 살에 죽어야만 하는 공주, 소효는 그렇게 마지막 청을 올린다.어린 시절 그녀가 물속에서 구해 주었던 소년이자, 그녀의 첫사랑인 백유하를 한 번이라도 만나기 위해.“내가 불쾌하지 않도록 눈에 띄지 말고, 이곳에서 얌전히 지내거라.”대장군이 되어 전장에서 돌아온 백유하는 갑자기 생긴 측실의 존재가 거북하지만…….“설마, 날 유혹이라도 해 보려는 건 아닐 테지?”“장군께서 두려워하시는 게 불운한 저주가 아니라 제 유혹이었습니까?”햇빛에 반짝이는 붉은빛 눈동자가 유하의 가슴에 박혀 온다.마치 오래전 저를 구해 주었던, 얼굴도 모르는 소녀의 것과 닮아서.“보름에 한 번, 장군께선 와 주실 겁니다. 저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제게 유혹당하지도 않으실 테니까요.”그는 그녀의 청을 들어주고 싶어졌다.“백가의 기운으로 저를 짓밟으러 오십시오.”소효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절 단속하셔야지요. 제가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소효의 말에 유하는 차갑게 대꾸한다.“차라리 울어. 울면서 애원하면 들어줄지도 모르잖아.”“그건 좀 더 나중에요. 아껴 두려고요.”언젠가 저를 자유롭게 놓아달라고 빌 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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