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님, 그 계약은 잊어주세요

대공님, 그 계약은 잊어주세요

“내 반려는 내가 찾을 거야.”
원하지도 않는 언약식을 강제로 하게 되어 가출한 것까지는 좋은데.
뭐야? 왜 내가 구해 준 사람에게 각인이 생긴 거야!
“····생각해 봤는데 저와 거래를 하지 않겠습니까?”
“거래요?”
그런데 그가 내게 대뜸 계약 연애를 제안한다.
“당신이 저를 구해 줬듯이 저도 당신을 구해 줬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현재 제 저택에서 머물고 있고, 각인도 해결해야 하죠.”
“그래서요?”
“당신이 바다로 돌아가기 전까지 제가 계속 당신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각인이 해결될 때까지 제 연인 역할을 해 주십시오.”
“····네?”
계약 기간은 각인을 없애고 내가 진정한 반려를 찾을 때까지,
그리고 이 사람이 파혼하게 될 때까지.
* * *
“지금 저를 떠나겠다는 겁니까? 누구 마음대로.”
아일라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 위에 모은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럼 그런 위험한 곳에 제가 그대를 보낼 것이라 생각했습니까?”
“······있죠, 카시스.”
아일라는 일부러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게는 제 가족도 소중하지만 카시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순간 어지럼을 느낌 카시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차에······. 뭐를, 탄 겁니까?”
“푹 자고 일어나요. 그리고 나를 잊어요.”
“지금, 뭐라고?”
“나를 잊으면 편할 거예요.”
아일라가 나간 후 카시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를 너무 우습게 봤습니다. 아일라.”
카시스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단검을 꺼내 제 허벅지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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