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머저리에게서 도망쳐, 새신부 씨.”
결혼식 날, 하객으로 온 남자는 충고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멍청하게도.
나는 전남편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하지만 그는 헌신한 날 헌신짝처럼 버렸다.
옆에는 꽃처럼 어여쁜, 새 정부를 끼고서.
죽음 앞에서 새로운 삶을 손에 넣은 나는 굳게 다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저 악랄한 것들을 파멸시키겠노라고.
* * *
“너는 잠들 수 없는 밤에만 날 찾지.”
침실에 앉아 그녀를 맞아들인 남자가 픽 웃었다.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다는 태도였다.
“참 손이 많이 가는 여자야.”
스르르 몸을 일으키자, 그가 걸치고 있던 시트가 떨어졌다.
달빛이 그의 탄탄한 육체를 핥듯이 은근하게 비추었다.
“이리 와.”
짐승 같은 눈을 한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전남편 따윈 생각도 안 나게 해 줄 테니.”
붉은 입술을 느릿하게 핥는 그의 얼굴에 야살스러운 웃음이 걸렸다.
슈니르 LV.11 작성리뷰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