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 내가 줄게. 얼마가 필요하든 줄 테니까 제발 그딴 소리 좀 집어치워.”도준은 겨우 돈 몇 푼에 헤어지자고 말하는 예나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는 엄지와 약지를 이용해 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들끓는 분노를 삭였다.“돈은 당신 아버지한테서 이미 충분히 받았어요. 팔자 고치고도 남을 만큼요. 그러니까 이제 나를 놔줘요.”“원하는 게 뭐야? 결혼이야? 그거면 만족할 수 있어?”“나는 내 주제를 누구보다 잘 알아요. 쥐뿔도 없는 고아 주제에 감히 어떻게 당신 옆자리를 바랄 수 있겠어요. 나는 이 정도면 만족해요, 충분히.”“그럼 어떻게 해야 내 옆에 있을 건데!”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도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돌리려는 예나의 손목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얇은 손목은 온 힘을 다해 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나는 당신이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에요.” 예나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했다. 그것이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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