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릴 때까지

질릴 때까지

“만약 그 새끼가 바람피운 게 맞다면. 나한테 올래?”해준의 커다란 손이 지은의 볼을 쥐었다.살짝 쥐었을 뿐인데 심장까지 잡힌 듯 몸 전체가 쿵쾅거렸다.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선 안 된다.그는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나를 배신하고 상처만 준 사람. 그래서 사랑 따위, 믿지 못하게 만든 사람이니까.여전히 나쁜 사람이다.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게 만드니까.자꾸 흔들리니까.“나한테 와.”정말 당신한테 가도 괜찮을까.지은은 질문하듯 해준을 쳐다보았다.어떤 무엇이 와도 흔들리지 않게 단단하게 잡아줄 것 같은 올곧은 눈빛이 반짝였다.하지만 이내 지은의 입에서 쓴 웃음이 흘렀다.서해준인걸. 만나는 순간부터 자신을 불안에 떨게 만들던 서해준.“싫어요.”당신한테 휘둘리던 건 한 번이면 충분해. 아버지나 권정규나 당신이나 다 똑같아.아니, 그중에서 당신이 제일 나빠.“절대 안 가요.”해준이 웃었다. 너 따위의 거절은 하등 상관없다는 듯 편안한 웃음이었다. 해준은 엄지를 넓게 벌려 지은의 아랫입술을 쓸었다.바짝 메마른 입술이 뜨거웠다.이러면서.해준은 고개를 기울여 지은의 입술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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