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손 잡고 복수하고자 한다면, 넌 나를 황제로 만들어야 할 거다."
제국의 수치, 절름발이로 태어난 황녀 엘리제.
몰락한 폐후의 소생이었던 그녀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시집이나 잘 가면 다행이라고 떠들었다.
심지어 황태녀로 지목되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황태녀로 책봉된 황녀가 사망하거나 폐위되었을 때에는, 부마가 황위를 이어받아 황제로 즉위한다.'
이 불평등한 제국법 때문이었다.
엘리제는 결심했다.
제 황위를 가져갈 남편이 아니라,
제게 황위를 바칠 남편을 취하기로.
...
"네 쓸모를 증명해 와. 나를 황제로 만들겠다면, 너를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복수심에 가득 찬 어린 짐승이 눈을 반짝였다.
이민족 소년은 그렇게 민족의 반역자가 되었다.
그 눈빛에서 엘리제는 발견했다.
반평생 유폐당했던 황녀의 삶을 끝내고, 황좌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자신의 모습을.
그래서 그를 거두었다.
자신을 황좌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려 했던 자들에게 철저히 복수하리라 다짐하며,
이 사냥개가 모든 이들을 무릎 꿇리고, 제게 황위를 바치게 하기 위해서.
십 년 후, 어린 짐승은 불세출의 영웅, 카시야 드 라 보나파르트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의 남편이 되기 위해.
...
"이제 제게 당신을 주십시오"
그것은 부탁이나 애원이 아닌 명령이었다.
짐승은 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번뜩이는 안광에 담긴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맑고 선명했으나, 심히 뒤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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