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네 애를 키우는 꼴을 볼 수 있어? 나는 너랑 결혼 안 해. 애만 낳을 거야, 임신을 위한 계약을 하고 싶다는 뜻이지.”
빈말이라도, 거짓이라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면 이런 계약서는 들이밀지 않았을 것이다.
* * *
못된 오빠 친구, 차도원.
연우의 첫사랑이자, 처음으로 간절하게 욕심냈던 남자였다.
업둥이로 길러진 연우에게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존재하는 그를 원했다.
7년 전, 아픈 첫사랑을 끝으로 완벽하게 그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는 남자 없고, 너는 나랑 하는 거 환장하고. 우린 7년 전에도 잘 맞았던 몸이고. 뭐 문제 있어?”
“한 번 자 주면 되겠어요?”
“그동안 부실한 새끼들하고만 붙어먹어서 그런가? 어디서 한 번 같은 하찮은 소리를 내뱉지, 불쾌하게?”
온몸으로 그를 거부했지만, 끝내 찾아가서 매달렸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사귀는 것도 괜찮고… 7년 전처럼 나를 안아도 상관없어요.”
“아이가 생길 때까지, 나랑 이 짓을 해야 할 거야.”
비참하게 나에게 온 너를,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버리기 위해.
“넌 나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 달아나는 것도, 외면하는 것도, 숨는 것도 절대 허락 안 해.”
사랑스러운 갑과 사악한 을의 치명적인 내적 교합 <임신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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