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을 새기다 [독점]

각인을 새기다

“네 법적인 남편은 박지훈이 아니라 권수혁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거지? 다시 깨닫게 해줘야 하나?”
“아, 알고 있어요. 수혁 씨 손 좀 놔주세요.”
“내 아내 손을 잡는데 허락 맡고 잡아야 하나?”
사납고 거친 손에 붙잡힌 얇은 손목이 파르르 떨렸다.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남자였다.
“허락은 박지훈이 네 머리카락을 서슴없이 만지기 전에 네가 받아야 하는 거야.”
보고와 함께 건네받은 몇 장의 사진 중에 지훈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걸 본 수혁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가증스럽게 어디서.”
그의 눈이 낮게 가라앉으면서 번뜩거렸다.
“내가 한국에 없다고 내 눈에 벗어났다고 생각했어?”
손에 쥐었음에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만 하는 그녀를 어떻게 완벽하게 가두어야 할까.
너는 내 구원이자 나락이다.
그녀를 향한 집착이 겨우 이성을 유지하던 그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
빠르게 치닫던 거센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그가 헛웃음을 터트리더니 낮게 비소했다.
“하진아, 네 머릿속에 새겨놔.”
“민하진은 권수혁의 아내라는 걸.”
“날 살린 걸 평생 저주하면서 내 곁에서 살아.”
눈가에서 나온 물줄기가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갔다. 하진의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각인처럼 새겨진 흉터가 오래되어 아플 일이 없는데도 뜨겁게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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