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워요, 나랑 [독점]

바람 피워요, 나랑

내 애인과 동생이 바람났다. 
드라마처럼 머리채 잡고 싸울 수 없는 상황이니, 깨끗이 이별하고자 했으나 그는 소영을 놓아주질 않는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라고, 아버지에게 파혼하겠다며 알리지만 돌아오는 건
“고아원 출신에, 그저 그런 학벌, 너한테는 감지덕지야.”
라는 가스라이팅뿐.
소영의 인생 목표는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안락한 가정.
그것이 산산조각 난 순간, 소영은 복수를 다짐한다.
그런 그녀 앞에 이복동생의 남자 친구, 연혁이 운명처럼 나타나고,
소영은 또 다른 피해자인 그에게 접근하여 은밀한 제안을 한다.
“나랑 피워요, 바람.”
유혹 같은 말과 함께 연혁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무척이나 재밌다는 듯이, 이 상황이 흥미로워 죽겠다는 듯이. 
* * *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연혁이 소영의 손을 놓았다. 그와 한 걸음 멀어졌지만 그의 향기는 더 짙어졌다.
소영은 연혁이 보여 주는 귀한 미소에 잠시 넋을 놓았다. 그러며 무심코 테이블을 짚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연혁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이었다.
“저, 그러니까 침대에서.”
피식, 연혁의 웃음이 그녀의 입술 위로 퍼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이미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침대가 따로 있습니까.”
연혁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가 엄지로 소영의 아랫입술을 쓱 훑었다.
이어 싱긋 웃었다. 여자를 홀리는 미소였다. 더없이 남자다운 그가 한순간 소년처럼 느껴지며 예뻐 보였다.
‘위험해.’
소영의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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