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탐닉 [외전선공개]

불온한 탐닉 완결

“내 아들 유혹해서, 임신해 줘요.”
하나뿐인 딸은 희귀병이었고, 병원비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졌다.
남편 없이 홀로 노을을 키우는 서우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대신 명의에게 아이 수술받게 해 줄게요.”
그렇게 만난 남자는.
“차태주입니다.”
그 남자였다. 오 년 전 서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그 사람.
목소리와 말투, 게다가 말을 내뱉은 입술의 모습마저 똑같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다시 만날 수도 없다.
노을의 아빠인 우재이는 이미 멕시코에서 죽었으니까.
“윤서우 씨. 벌써 네 번째 비서군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그는 서우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참. 할 말이 있는데.”
태주가 서우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내 직원과 연애도, 잠자리도 하지 않아요.”
<본문 중에서>
“고루한 수법인 걸 알지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에선 조소가 잔뜩 배어났다.
서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몸에 힘을 주어 남자를 올려다보자 어깨를 움켜쥐고 있던 손이 그녀의 뺨으로 넘어왔다.
“넘어가는 내가 미친놈인 것도 아는데.”
엄지손가락이 툭, 아랫입술을 짓눌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아랫입술을 매만지며 그가 말했다.
“굳이 오는 여자 막을 필요 있을까? 그러니까 잘 유혹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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