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할 나쁜 짓 [독점]

나랑 할 나쁜 짓

“벗어.”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음성에 옷자락을 짚었던 손끝이 저려 왔다.
“네가 그 결혼을 위해서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볼 테니까.”
덧붙여지는 말에 바들거리던 지수는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목 뒤의 단추를 풀었다.
못 할 게 뭐가 있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 김도윤과 결혼도 하려는 마당에 기해욱이랑 몸 섞는 게 뭐가 어때서.
8년 만에 돌아온 해욱은 지수를 이용해 김도윤을 짓밟고 뭉갠 뒤, 그녀를 처참히 버릴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내가 말했지. 너는 그냥 나한테 오기만 하면 된다고.”
그의 손길에 기어이 지수의 고개가 돌려졌다. 시선이 뒤엉켰다.
“뭐든 내가 할 테니까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 옆에서.”
해욱은 여전히 지수 앞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게 짜증 났다. 8년이 지나도 다를 게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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