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아내 [독점]

애착 아내

“오빠 애, 내가 낳아 줄게.”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고 세상에 혼자 남은 혜리.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곤, 죽은 친오빠와 죽마고우였던 태건우뿐이었다.
한낱 스물세 살짜리 어린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미친 거지, 너.”
갈수록 가관이었다.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태건우는 짧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애를 낳아 주겠다며 덤비는 백혜리의 꼴이 그저 기가 찼다.
이런 식으로 질척거리는 건 아무리 백지혁의 여동생이라고 한들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여자로 안 느껴져서 그래?”
“잘 아네.”
“오빠…… 함부로 판단하지 마.”
“뭐?”
혜리가 건우를 깊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랑 잔 적, 없잖아.”
***
힘든 일을 겪었으니, 그저 자신을 버팀목 삼으려는 줄 알았다.
혜리가 원하는 대로 결혼하고, 제 보호 아래 두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내가 선 넘지 말랬지.”
건우는 마치 성욕만 남아 있는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선, 혜리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처럼 노려보았다.
마침내 태건우가 저를 잠시나마 여자로 봐 주는 순간이 다가온 게 분명하다고, 혜리는 생각했다.
“내가…… 선을 넘어야 오빠가 봐 주잖아.”
혜리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던 밤을 곱씹던 건우의 근사한 미간에 움푹 주름이 팼다.
백혜리의 모든 것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미쳤구나.”
혜리는 어느새 건우에게 난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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