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집고 아파도 [독점]

헤집고 아파도

그와 부부로 산 지난 2년. 파경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참고 참았다.
서로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 정략결혼이었기에.
 
그럼에도 매번 걷잡을 수 없는 참혹함에 좌절했다.
저를 쾌락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그를 볼 때마다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끝을 알 수 없는 빈 터널을 홀로 걷는 건 지쳤다.
이대로 그와 결혼 생활을 지속한다면 소진은 미칠지도 모른다.
결국 소진은 이혼을 결심했다.
 
***
 
“나 임신했어요.”
“…뭐? 임신?”
“네, 태겸 씨 아이를 가졌어요.”
 
그가 짜증 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제 아이를 임신했다는 아내에게 저런 표정을 짓는다니, 그라면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이혼해요.”
“이혼? 당신은 나랑 못 헤어져.”
“아뇨. 저는 이혼하고 싶어요.”
 
그의 무심하던 눈에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단정한 그가,
어떤 일에도 흐트러짐 없던 그가,
동요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의 목덜미에 솟아난 푸른 혈관이 꿈틀거렸다.
 
“밤마다 그렇게 실컷 즐겨 놓고, 지금 와서 이혼 이야기를 꺼내? 왜, 그사이 마음이 바뀐 거야? 하, 제기랄. 안 돼.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
“난 이혼을 원해요!”
“똑똑히 들어! 설소진. 내 인생에서 이혼은 없어. 그러니 이혼은 꿈도 꾸지 마.”
 
그가 소진의 다리 사이로 허벅지를 넣었다.
 
“이혼? 당신 몸도 그걸 원하는지, 이제부터 한번 확인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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