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하찮은 [단행본]

사랑, 그 하찮은

가슴 시리도록 아팠던 겨울.
도하는 제 어린 첫사랑을 가슴에 묻으며 더 이상의 사랑은 없을 거라 단언했다.
그렇게 시작됐다.
한 달에 한 번,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찾는 일이.
오늘이 도하의 스물두 번째 맞선이었다.
시화 제약 차남, 최시현.
인사치레라도 한번쯤은 가볍게 웃어 주기 마련일텐데...
표정 하나 없는 무감한 얼굴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런 남자를 상대로 도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최시현 씨,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나 좀 도와줄래요?”
“민도하 씨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되는 겁니까?”
“아뇨. 그 반대요. 딱 6개월만 그쪽이랑 나,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 걸로 해 주면 안 될까요?”
코끝을 찡긋거린 도하가 커다란 눈을 반으로 휘어 접으며 작게 웃었다.
다소 굳어있던 입꼬리를 슬며시 비튼 시현이
도하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며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댔다.
“계약 연애라도 하자는 겁니까?”
“말하자면 그렇긴 한데. 계약 연애라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그냥 만나는 걸로만 해두면 안 될까요?”
“그냥 만나는 걸로만 해달라.”
그렇게 얽혀버렸다.
사랑, 그 하찮은 감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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