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군의 신부 [단행본]

흑군의 신부 완결

십 년 만에 마주한 남편, 그러나 이번에도 윤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십 년 전 그때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윤서의 눈에 들어왔다.
“진정 흑군이시라면, 소첩의 이혼서를 보셨습니까?”
“만나자마자 섭섭하게 이혼서 이야기부터라니…. 예. 그간 부인의 글재주가 나날이 느는 것을 보는 재미가 퍽 즐거웠지요.”
“한데…. 왜 답신은 늘.”
“그러니 불가하지요. 앞으로도 이 재미를 놓칠 수 없지 않습니까?”
그의 목소리에 서린 웃음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윤서의 눈썹이 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 *
“흑군을 쫓아라! 여인을 보호하라!”
“…일단 여기서 도망쳐야 해, 윤서야.”
화이가 황급히 윤서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를 흑군이라 가리키며 포위망을 좁혀 오는 관군들의 모습에 윤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왜 저들이 당신을….”
해괴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물어 오는 윤서의 말 뒤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대체 왜 저들이 당신을 흑군이라 하는 거예요, 화이?”
잡힌 손을 잡아당겨도 쉬이 따라오지 않는 그녀의 발걸음이 말해 주듯 다소 경계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윤서의 시선에 화이의 얼굴이 좀 전과 달리 딱딱하게 굳었다.
“…화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 잠시 윤서와 눈을 맞춘 화이는 마치 아픈 것을 토해 내듯 잔뜩 구겨진 얼굴로 그녀에게 답했다.
“내가… 흑군이니까.”
들려오는 답에 윤서는 얼핏 그가 피를 너무 흘려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바로 오랑캐 흑군. 너의 지아비다, 윤서야.”
《흑군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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