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덫 [독점]

우아한 덫

빚으로 황폐해진 삶을 버텨온 여자, 반연하.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상사에게 결혼을 제안하다.
“징징거리지 않고, 돈만 주면 되고, 아이도 빨리 낳아줄 수 있는 여자가 필요하시다면서요. 혹시 저는 어떠세요?”
가난한 여자의 마음을 믿지 않는 남자, 서강현.
묘하게 거슬리던 막내 비서의 제안에 코웃음 치다.
“내 조건, 수용할 수 있어요?”
“네. 다만 돈은… 아이를 낳으면 일시불로 받고 싶습니다.”
“일시불?”
“그러니까… 제 빚을 갚아주세요.”
여자는 평생 자신의 발목을 붙들어 온 족쇄를 제거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족쇄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는 서강현에게.
강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나무꾼인 건가. 아이를 낳아 준 부인에게 날개옷 대신 돈을 주는?”
그러면 여자는 날아갈 것이다.
훗날의 서강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의 강현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문 中>
***
[강현]
여자에게 처음 받은 인상은 ‘거슬린다’였다.
그 밤, 여자의 입에서 키스라는 단어가 나오도록 몰아간 건 충동이었다. 아니, 충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의 숨결과 살에 코를 박고, 어딘가 홀린 것처럼 매달리게 됐을 때쯤 깨달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는 걸.
내가 언젠가 이 여자와 이렇게 엉키게 되리라는 것을.
실은, 이걸 원하는 자신에게 저항하고 있었다는 걸.
*
[연하]
당신을 홀로 좋아하던 시간은 즐거웠다.
빚에 쫓겨 사는 염치없는 나 역시, 혼자 품게 되는 그런 의문과 답들을 상상하며 열없이 설렜다.
매 순간 매초에, 부끄럽게도 당신이 보고 싶었고 기꺼이 당신 생각에 점령당했다.
허황된 감정이라는 걸 알기에 필사적으로 부정해 보기도 했지만, 회피하는 것조차도 못난 마음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사실은 한 번쯤은 정말 평범하게 고백해 보고 싶었다.
마지못해 살아가는 나에게도,
당신이 결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당신을 향한 열렬한 갈망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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