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약혼해 주셔야겠어요.”
검푸른 밤바다를 제 눈 위에 옮겨 놓은 듯한 여자가 말했다.
“오래 끌 마음은 없어요.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 그 정도면 돼요.”
까맣고 무심한 눈으로 멋없는 프러포즈를 하더니,
“앞으로 내 옆에선 예쁘게 입고 웃는 게 좋겠어요. 사랑에 빠진 남자처럼.”
겁도 없이 발칙한 말을 내던진다.
재하가 가벼이 웃었다. 퍽 다정하게.
“원래 그렇게 겁이 없어?”
“무서워하는 건 잘 없어요.”
덤덤히 말하는 낯을 보자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내가 널 위해 어디까지 하게 될지.
*
“당신한테 주고 싶은 게 많아요.”
그래서 그렇게 다 주고서,
“안녕, 차재하 씨.”
미련 없이 떠났나.
나를 이런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떠나 버린 발칙하고, 매정한 조하온.
전부 다 먹어 치우고 싶다.
우윳빛 피부를 물들이고 두 다리를 벌려 그의 모든 걸 욱여넣고 싶다.
부족하다, 성에 차지 않는다.
대체 뭘까 이 욕망은.
나중에야 알았다.
마음도 갖고 싶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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