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고 병원에서 깨어난 유원. 열여섯 이후의 삶을 잊어버린 채 고향 산천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런 유원을 맴도는 의뭉스러운 남자. 권승주. 유원은 그에게 속절없는 끌림을 느끼게 되지만….
***
“…어떤 사람이에요?”
“누굴 말하는 겁니까.”
“당신 아내.”
유원의 눈가에 금이 갔다. ‘아내’라는 단어를 머금을 때 가슴이 아팠다.
“내 아내라….”
“생각했어요. 당신 아내 말이에요. 사실….”
눈 밑의 도톰한 살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남자의 서랍에서 꺼내 본 액자를 떠올렸다. 얼굴이 잘린 사진…. 누가 그 여자의 얼굴을 도려낸 걸까.
“말해요. 계속.”
“봤어요.”
“무얼.”
“사진.”
“내 아내의 사진 말입니까.”
“…네.”
유원은 고개를 숙였다. 권승주가 ‘아내’란 말을 할 때마다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다른 여자의 남자를 탐하는 기분이란….
“그래서?”
“네?”
“그래서 어땠는데요?”
권승주가 물었다. 지독히도 무감한 얼굴이었다. 무슨 대답을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내 아이의 엄마에 대해서.”
그가 속삭였다. 유원은 다물린 입술을 잘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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