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밤

야누스의 밤

“너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가슴 테이블에 얹어 두면 공연음란죄로 신고할 거야.”  
대학교 4학년, 반주현은 그 시절 만인의 왕자님이자 지아의 첫사랑이었다.
그가 이유 없이 굽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사실은 자존심도 고집도 넘치는 남자가 그녀에게는 뭐든 져 주곤 했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네 기분이 나쁘니 내 잘못이라고 했다. 
“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거기에 있어. 나 지금 바로 갈 거야.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삼십 분만 있어. 나 지금 주차장으로 가고 있으니까….”
헤어지는 마지막까지도.
***
꽁꽁 숨어 지내던 위태로운 시절을 지나, 
3년차 은행원이 된 스물여덟의 어느 날.
“너 나 갖고 놀았잖아. 일 년 가까이 만나 놓고 잠수이별에, 먹튀.”
영영 닿을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주현을 다시 마주했다. 
근무하는 은행의 VVIP 고객으로.
“내가 바쁜 와중에 자꾸 이 근처에 오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네. 그렇, 죠. 바쁘실 텐데.” 
“기분이 요새 되게 더러워요. 내 상태가 맘에 안 들고. 근데 또 봐야 직성이 풀리고. 그게 왜 그럴까 많이 고민해 봤어요.” 
“그러셨군요.” 
“그래서 내가 결론을 낸 건, 그때 그렇게 사귀고도 맨날 참아 주던 게 억울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잘못 들었나? 어이가 없어 입까지 조금 벌어졌다. 
“그러니까 바빠 뒤지겠는데, 자꾸 여기 와서 껄떡거리는 거 아냐. 내가 이런 시간 낭비, 체력 낭비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닌데.” 
나는 대체,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걸까. 
<야누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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