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비서가 원한다면 이 결혼, 내가 엎어줄 수 있어.”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은하는 들고 있는 부케를 꼭 그러쥐며 입술을 짓이겼다.
“시간이 없을 텐데.”
휘경이 손목으로 시선을 내렸다. 초조해하는 그녀와는 달리, 그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마치,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듯.
한 시간 후,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건넨 달콤한 유혹.
그녀를 샅샅이 훑어내리는 시선이 한없이 짙다.
“조건은요.”
“이제야 대화가 통하네. ”
그의 입꼬리가 매끈하게 휘었다.
“내가 질릴 만큼 놀아주면, 그땐 놓아줄게.”
은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할게요. 저 좀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휘경이 그녀의 손목을 단숨에 잡아챘다. 은하는 드레스를 움켜쥐었다.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기로 했다.
끔찍이도 싫은 그였지만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으므로.
이 결혼을 벗어날 방법은 민휘경, 오직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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