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줘. 네 몸.]
영원한 이인자.
한평생 형의 그늘에 갇혀 살아온 남자, 권도겸.
애타게 갈구하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금기를 깨고 만다.
“백서연하고 똑 닮은 당신 얼굴, 목소리, 몸. 그게 필요합니다.”
형이 가진 모든 걸 빼앗고 싶었다.
죽은 형수와 판박이인 그녀를 제 것으로 만들어서라도.
“당신이 내 아이를 뱄을 때, 형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쪽 혹시 미쳤어요?”
“왜, 미친놈 애는 못 낳겠어?”
창백하게 질린 서우의 낯짝을 들여다보며, 도겸은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입맛을 다셨다.
* * *
“나랑 혀 섞는 게 싫습니까.”
“읏……!”
“아니면 내 얼굴 보는 게 싫은 겁니까.”
사탕발림에 넘어가 그깟 몸뚱어리 따위 기꺼이 휘둘려주겠다고 결심했는데.
뒤늦게 서우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렇게 싫으면 눈 감아. 임신하는 데 지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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