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까지 한 걸음 [선공개]

나락까지 한 걸음

“아직도 제 모습에서 그 연이란 분을 찾고 계십니까?”
미친 달이라는 별칭을 가진 월야국의 태자 우하.
그는 자신에게 묻는 ‘기자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와 닮았다는 그분을, 많이 연모하셨습니까?”
“……죽을 만큼.”
“그래도 그분은 행복하실 겁니다. 전하께 그런 연모를 받으셨으니까요.”
분명 2년 전 황후의 손에 죽은 설연이 눈앞에 있었다.
비를 좋아하는 것도, 약초에 대한 지식도 모두 그녀였건만.
그녀는 우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전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저는 연친왕 저하의 정혼자입니다.”
“……아직 혼인은 하지 않았단 말이지?”
2년 전 죽은 설연, 2년 전의 기억이 없는 기자은.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얻겠다며 아직 혼인하지 않은 연친왕.
그것이면…… 충분했다.
다시는 눈앞에서 놓치지 않을 것이니.
다시는 나락에서 사는 짓 따위 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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