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어치 없는 자존심 세울 바에 도와달라고 빌어. 그게 더 귀엽겠네.”
재앙의 군림자.
연서에게 우태헌은 그랬다.
세원 그룹 상주 간병인으로 일하던 연서는 예기치 못하게
우태헌 이사의 개인 비서가 되었다.
사랑이 화마처럼 덮쳐왔다. 뜨겁고 강렬해 피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상처받을 걸 뻔히 알면서 가난한 사랑을 시작했다.
그러나 숨 쉬고 싶어서,
혼자만의 사랑이 버거워서 도망을 택했다.
배 속에 태헌의 생명을 품은 줄 모르고.
***
한 달 넘게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연서가 바로 태헌의 앞에 있었다.
몇 걸음 안에, 곧 닿을 거리에.
머릿결이 물결처럼 하늘거리는 한연서.
예쁘게 눈을 휘어 웃는 한연서.
“네 입으로 내 아이라고 말해주면 안 될까.”
“우리 헤어졌고, 빚은 다 갚았어요. 이렇게 다시 보는 거 껄끄러워요.”
어둑한 지하에 남은 불온한 죄인이 되었다.
심장이 조각조각 갈리는 것처럼 흉통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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