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강에게는 진오가 전부였다.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으며, 울타리였다.
기억하는 모든 순간에 그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터였다.
“5년. 5년만 기다려. 반드시 돌아올 거야. 사랑해, 해강아.”
간절하게 매달리는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친부의 부름에 응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이미 마음을 정한 뒤였다.
돌연 고해진 한마디로 모든 것이 바뀔 줄이야.
재회를 기약한 약속도 몇 달 되지 않아 덧없이 무너지며, 해강은 고향을 떠났다.
그렇게 11년 후, 한 호텔에서 객실 점검원으로 일하던 해강의 앞에 그가 다시 나타난다.
모셔야 할 본사의 부사장이 되어.
그런데…,
"부사장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갑작스럽게 마주한 현실이 정말인지 확인하기 위해 굳은 입을 열었을 때,
“이해강 씨, 몇 년생입니까?”
“네?”
“너무 올드하지 않습니까? 요즘 이런 식이 먹힙니까?”
해강은 환한 미소 대신 비소를 맞닥뜨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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