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나쁜 오빠 친구 [외전선공개]

질 나쁜 오빠 친구 완결

“말해 봐. 네 계획이 뭔지.”
“내가 그쪽 뭘 믿고 말해요.”
단호한 말과는 달리 그녀는 난생처음 받아 본 친절과 관심에 흔들렸다.
믿고 싶다. 기대고 싶다.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다.
“누구도 믿지 않아요.”
“그래, 누굴 믿건 말건 그건 네 자유지, 그런데…,”
늘 그래 왔듯, 표정을 지우고 마음을 비우다 보면
다시 조금씩 본래의 궤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불쌍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뿐인 주한을 감히 가슴에 들일까 밀어내고 또 밀어냈다.
“왜 내 기분이 이렇게 엿 같지?”
서늘한 시선과 차디찬 말투에도,
“왜 자꾸 너만 보면 짜증이 날까.”
다분히 저를 향한 감정이 깃든 것만 같은 잔인한 착각이 일었다.
자조적인 웃음 뒤, 따라붙는 감정을 힘겹게 외면했을 때,
주한은 자신의 앞에 다가와 사납게 일갈했다.
“각오해야 할 거야. 이제 시작이니까.”
그래. 잠깐일 줄 알았던 관계는, 그의 말대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밀려드는 혀끝이 너무도 써서, 이례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질이 나쁜 남자 주한은 기어이 이례를 무너뜨렸다.
지독히도 역설적임을 잘 알지만, 따듯하게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자꾸만 생겨선 안 될 감정이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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