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기가 대통령 되기보다 어렵다는 대기업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낙하산 타고 들어온 재현은 어딜 가나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보통 회사원의 아들이었으면 이런 호사를 누리고 살지 못했을 텐데 하필 태어난 게 대기업 회장 집안이라.
어차피 회사는 재현의 하나뿐인 형에게 돌아갈 것이라 재현은 회사에 별다른 애착이나 미련이 없었다. 큰 욕심 안 부리고 그냥 대충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만 벌어 먹고사는 것이 재현의 인생 관념이었다.
하지만 사람 자체가 때깔이 나는 재현은 아무리 낙하산인 걸 숨긴다고 해서 잘 숨겨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딱히 숨긴 적도 없긴 한데. 말하지 않아도 이미 같은 부서 사람들은 재현이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재현이 처음 박 대리를 제대로 마주한 게 회식 자리에서였다. 박 대리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존재감이 미미해서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도였다. 항상 단정한 옷차림에 단정한 머리, 보기만 해도 답답해져 오는 외모. 회식 자리에서 노래 한 곡 부르는 게 무슨 오디션 보는 것도 아니건만 끝까지 빼는 것까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재현의 스타일이 아니고 싫다는 사람이 부른 노래도 듣기 싫고 그래서 재현이 박 대리의 등을 떠미는 직원들을 말리려는 찰나, 박 대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 순간 마이크를 잡고 씩 웃는 게 노래 안 하겠다고 뺐던 건 내숭 떤 거고 사실은 노래 부르고 싶었던 거 아냐? 하는 마음이 생기게 했다.
그런데 그날을 기점으로 재현에게 박 대리에 대한 마음의 변화가 크게 들이닥칠 줄은 재현 자신도 몰랐다.
별다를 것 있는 별다른 단편BL 별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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