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티저

블루 티저 완결

인기 아이돌 '디퓨저'의 막내 매니저 호인, 매니저 일은 적성에 잘 맞았고 남들 뒤에 있는 일은 이제 지겨울 만큼 익숙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법.
용기를 내어 새 시작을 해 보자 다짐한 그날,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호인을 반긴 건 익숙한 천장이었다.

"버스트?"

죽기 직전 소설에서 보았던 익숙한 이름에 호인은 그제야 제가 아이돌물 소설 속에 들어왔음을 알게 되고, 또 한 번 아이돌 매니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데뷔 직전 한 멤버가 사고를 치면서 그런 호인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매니저로 남기는 아깝다니까? 내가 처음에도 계속 붙들고 연예인 하자고 했었잖아. 왜 자꾸 남들 뒤에 있으려고 하냐고.”

난 여기서조차 존재감이 없구나.
달라진 것은 나이뿐. 이름, 집, 심지어 직업까지 전생과 똑같은 소설 속 세계에 점차 익숙해져 가던 호인은 고민 끝에 '버스트'에 합류하기로 결심한다.

아이돌의 '아' 자도 모르는 소속사, 서로에게 관심도 없는 멤버들, 그리고 유독 거슬리는 멤버 하나.
과연 '버스트'는 무사히 데뷔할 수 있을까?

***

“할까?”
“휴대폰 줘 봐요. 제가 틀게요.”

손을 내밀어 노래가 담긴 휴대폰을 받아 간 정일호가, 준비되면 얘기하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나, 둘.
반주가 흘러나오자마자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왼발, 오른발, 왼손, 오른손.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대로 자연스럽게 팔다리가 뻗어 나갔다.

“탁한 어둠 속 소리는 scream.”

3분이 조금 넘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몇 번이나 돌려 봤던 단체 안무 영상을 생각하며 적당히 민종현의 자리를 찾아가고 춤추는 걸 반복했다.
마지막 동작을 끝내고, 노래가 완전히 꺼진 뒤에 올렸던 팔을 내렸다.

“……후.”

끝났는데 심사평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물을 찾아 마실 생각도 못 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데, 정일호가 빳빳하게 굳어 있던 자세를 풀었다.

“……생각보다 잘하네요.”
“진짜?”

이런 걸로 인정받은 건 처음이라 촌스럽게 살짝 들떴다.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좀 가까이 들이댔더니, 정일호가 손을 들어 사이를 탁 가로막았다.

“이 거리는 아직 좀 부담스러운데요.”
“아, 미안.”
“그리고 노래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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