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익사

마른익사 완결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았던 이언은 마지막 의뢰를 끝내고
스스로의 목에 나이프를 박아 넣는다.
숨이 멎었을 때 다시 깨어난 곳은 처음 보는 저택 안.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과 끝없이 펼쳐진 검은 숲.
그리고 이따금 새벽마다 들려오는 울음소리.

자신이 ‘이언’이라는 볼모의 몸으로 들어왔다는 걸 눈치챈 순간.
높다란 성문이 열리고, 뱀처럼 푸른 피가 흐른다는 이 저택의 주인과 마주치게 되는데.

“피범벅으로 돌아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숨이 붙어 있는 걸 보니 좋네요.”

눈빛은 섬광 같았고, 조금 흐트러진 머리칼은 깊은 밤처럼 시커먼 남자였다.
훌쩍 커다란 키에 색이 짙은 피부, 기다란 눈매에 얼핏 예민해 보이는 저 분위기까지.

아, 당신은, 내가 이미 죽였던 남자다.

이언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덜컥 깨닫지만
이름도, 죽였던 이유마저도 떠오르지 않고
남자는 의뭉스러운 태도를 보일 뿐인데…….

Copyrightⓒ2021 치율 & M BLUE
Illustration Copyrightⓒ2021 감람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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