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너에게> 2020년.
연후는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팅을 위해 지방의 한 미술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림 한 점에 그녀는 시선을 빼앗긴다.
1920년.
일본은 조선을 집어삼켰고 조선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독립군들은 일본과 맞서 싸운다. 조선 제일의 기생이 된 연화는 십 년 전 자신을 경성에 놓고 떠난 백현 도련님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백현이 십 년 만에 경성으로 돌아왔다.
“…오래 기다리고 많이도 찾았습니다.”
연화가 울먹임을 겨우 목으로 삼키고 일어나며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 소리에 당황한 백현은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돌리더니 청림 모자를 깊숙이 눌러썼다.
“사람을 잘 못 보신 것 같습니다.”
연화가 손수건을 양손으로 내밀어 백현의 눈앞에 보였다.
“이걸 기억하십니까?”
하얀 손수건의 구석엔 매화꽃이 예쁘게 수놓아져 있었다. 우물가 옆에 노랗게 핀 개나리 가지를 꺾어 연화의 목을 간지럽히던 그때도 지금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연화입니다.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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