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일로 끝날 사이였다.
한낮에 내린 비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우리 만나죠. 어떠한 약속도 하지 말고.”
정말 문유현답지 않았다. 맞선을 보러 나와서 다른 여자에게 반하다니.
그녀에게 이런 제안을 한 건 그가 생전 처음으로 한 일탈이었다.
무시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반이었고, 무시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무시한다면, 유현의 인생은 이대로 지루하게, 그러나 잘 흘러갈 것이다.
그렇지만 무시하지 않는다면?
“8월까지만 봐요. 그 전에 끝나도 괜찮고.”
장한결은 눈을 감았다 떴다. 헛것을 본 것도, 잘못 본 것도 아니다.
오자마자 이 집의 일부인 양 편안한 얼굴의 남자를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가을이 오기 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덜컹거리던 소리가 멈췄다.
한여름에 내리는 비는 마음을 흔들었다.
뜨거운 현실에서 눈을 감고 싶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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