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제게 전부였고, 제가 전부였던 차이헌은 없었다.
그녀에 대한 기억만을 지운 채, 미물보다 못한 걸 보는 눈을 한 남자만이 있었다.
“딱 그 정도였던 거야. 나한테 너는.”
딱딱하기 그지없었으나 한 치의 가장은 없었다.
“한순간에 잊어버릴 만큼, 그런 보잘것없는 기억.”
형체조차 없는 말에 가슴이 난도질 되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아니, 애초에 우리가 ‘그런’ 사이가 맞긴 했나?”
3년 전 사랑을 속삭이던 그와 오늘의 싸늘한 그.
그 사이의 간극은 얼마 되지 않는 기억. 그 하나뿐인데.
그 하나의 부재가 지독하게 먼 거리를 더 황량하게 했다.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그게 뭐든…… 할게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말에 돌아온 것은 당연하게도 비웃음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남자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침대에서 뒹굴자고 해도, 할 건가?”
아무리 못된 제안이라 해도, 지수로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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