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셔츠> 2013년 휴고상 수상작
“살고 싶으면 푸른 셔츠를 입은 고위직과 가까이하지 마라.”
SF 드라마의 소모성 단역 ‘레드셔츠’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레드셔츠’란 SF계의 유명한 클리셰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문화의 한 축을 지배하고 있는 TV 시리즈 〈스타 트렉〉에서 주인공들(푸른 셔츠를 입은 고위직 승무원들)과 함께 원정에 나섰다가 죽어버리는 엑스트라를 일컫는 말이다. 소설은 그런 레드셔츠 누군가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순간, 자신의 죽음이 어떤 거대한 이야기를 위해 필요한 희생이었음을 깨닫는 장면으로 프롤로그를 연다.
본문의 주인공 앤드류 달 소위는 일반 승무원으로 우주연맹 함대 인트레피드호로 배속된다. ‘레드셔츠’인 달과 친구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이 이야기의 큰 축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현재와 과거, 픽션과 현실을 오간다. 본문이 끝난 후 이어지는 일종의 외전인 세 개의 ‘코다’는 본문에 다 담지 못한 ‘드라마 밖’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전체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스칼지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는 유쾌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잘 살려주고,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호흡은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한몫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픽션의 등장인물, 그것도 단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존재론적 고민과 살고 싶다는 욕망은 ‘실제’다. 후반에서 주인공이 실제 단역 배우들을 만나는 장면에 이르면 이야기는 하나의 SF 시리즈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단역, 인생의 모든 단역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어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지금의 잉여 시대에 호소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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