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순례> 상징과 지혜로 가득한 소설
헤세는 인간의 본질과 정신세계의 문제를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성찰하고, 인류 보편적 원칙들을 규명하려고 노력했던 작가로 유명하다. 같은 맥락에서 그의 대표작 가운데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소설은 1932년 출간되어 양차 세계대전 사이 급변하는 정치·사회·문화 환경에서 인류가 나아갈 길과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혼란스러운 정치 사회적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모든 위대한 고전이 그렇듯이 이 소설도 표면적으로는 순례에 나선 주인공 H.H.(헤르만 헤세의 이니셜과 일치한다)의 놀라운 체험과 복잡하게 얽힌 줄거리가 독자의 흥미를 끌고 관심을 사로잡지만, 그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는 인류가 그간 쌓아온 유산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지도자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아울러 시대를 뛰어넘어 같은 시간과 공간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판타지 소설을 방불케 하는 사건들은 신화적 후광을 받은 작가 개인의 사적인 체험과 보편적 인류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가치를 주목할 만하다. 순례단이 향하는 ‘동방’이 우리 각자의 미래든, 도(道)이든,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형이든 독자는 이 소설에서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놓여 있는 현실과 우리 사회와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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