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 이 책은 Public Domain Books 입니다. Public Domain Books란 저작자 사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여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의미합니다. 회원님께서는 인터넷 상의 기타 사이트를 통해서 이 책을 찾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잔인한 운명은 이렇게 인간을 조롱하곤 한다. 우리가 평소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움켜쥐고 있던 자존심 따위는 어느 한 순간 전혀 무용지물이란 것이 드러나고 만다. 하기야 이렇게 삶의 한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우리를 후려 갈기고 지나가는 그 진실이 미래의 어느날에는 또 남김없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 전체가 한 순간에 다시 보인다는 그런 얘기도 있던데...
다시 읽어보니 끔찍한 생각도 든다.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삶, 그 끈끈한 냄새를 피할 수 없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겐 그런 냄새는 아예 인연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런 냄새를 모르고 평생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우연일 뿐이다. 아내를 박대하는 김 첨지의 모습... 요새 같으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남자겠지만, 그래도 그 애정은 더 진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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