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의 나비> 등단 이후 주로 중산층의 속물성과 한국사회의 물신주의, 가부장제와 여성문제, 전쟁과 분단의 상처 등을 다각도로 형상화해온 데 주력한 박완서의 수많은 작품 중, 여성을 화자의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만을 선별한 이 작품집은 다분히 박완서의 대표작품선집의 의미를 지닌다.
문학평론가 김수이에 의하면, “박완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성작가가 쓴 소설은 대체로 ‘여류’라는 편협한 수식어에 갇혀 폄하되곤 했으나 박완서가 이룬 공적의 하나는 여성의 이야기를 ‘여류’의 사슬에서 구해낸 것”이라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김양선 역시 “남성의 외도, 호주제 등을 소재로 삼아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 사회를 정공법으로 비판하고 여성이 성적 주체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본격적인 페미니즘 소설의 장을 열었다”고 말한다.
각 소설은 해당 인물의 반생 혹은 평생에 걸친 시간을 통과해 마침내 상처의 뿌리에 도달하는데, 이 상처가 드러나고 치유되는 과정이 바로 소설의 서사적 긴장과 이완의 경로가 된다. 이것은 곧 박완서 특유의 수다와 달변의 알짜 성분으로서 박완서 소설세계의 원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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