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세트> 『재능있는 리플리』
리플리가 디키 그린리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디키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을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은 리플리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탈리아로 건너간다. 리플리는 그곳에서 만난 디키 그린리프에 대해 묘한 감정을 갖게 되다가 마침내 그를 살해함으로써 그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소멸시키면서까지 타인이 되어가는 리플리의 심리는 언뜻 기이해 보이지만, 어느새 주인공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지하의 리플리』
첫 번째 작품인 『재능있는 리플리』와는 15년의 간극을 두고 탄생했다. 디키 그린리프가 남겨준 유산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던 리플리는 프랑스의 중산층 여성인 엘로이즈와 결혼하여 정상적인 생활에 안착한 듯 보이지만 1권에서 다루어졌던 리플리의 정체성 혼란 문제와 심연에 자리 잡은 악마성은 여전히 작품 전체에 도사리고 있다. 리플리는 우연히 더와트라는 화가로 분장하면서 또다시 사건에 휘말린다. 더와트라는 화가의 작품의 진위 문제가 대두되고, 이에 의심을 품은 미국 수집가 토머스 머치슨이 리플리의 집을 방문한다. 더와트의 위작을 그린 버나드 터프츠가 불쑥 개입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결말로 치닫고, 리플리는 자살을 방조함으로써 또다시 살인 사건에 연루된다. 특히 타인의 그림을 위조하면서 타인도 자신도, 그 어느 누구도 될 수 없는 정체성의 막다른 지점에 이른 버나드 터프츠의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리플리의 게임』
시리즈의 주인공인 리플리를 한 걸음 물러서게 하고 평범한 인물을 살인 사건에 본격적으로 개입시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살인에 대한 욕구에 얼마나 취약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톰은 여전히 시골 신사로 살아간다. 어느 날, 톰은 트레바니라는 액자가게 주인과 마찰을 빚게 된다. 트레바니는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밀수업자 리브스가 톰에게 마피아 두 명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고, 톰은 트레바니에게 그 일을 소개시킨다. 나머지 리플리 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은 톰의 1인칭 시점에서 내러티브가 진행된다. 처음 절반은 트레바니의 이야기다. 그는 리브스의 제안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살인의 대가로 주어질 거금을 생각하면 그냥 넘겨버릴 수가 없다. 자신이 죽고 난 후 남겨질 아내와 아들을 생각해선 무작정 거절만 할 순 없기에 그는 서서히 악에 물들어간다.
『리플리를 따라간 소년』
하이스미스는 톰 리플리를 흉내 내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실패 사례를 소개한다. 16세 프랭크는 거부인 장애인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떠밀어 살해한다. 세상은 그가 사고사 당했다고 생각한다. 신문을 통해 디키 그린리프 살인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프랭크는 리플리의 제자가 되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리플리는 그렇게 프랭크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가운데 동성애 코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리플리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싱글맨』의 작가)를 읽고, 프랭크는 리플리의 침대에서 잠을 잔다. 엘로이즈조차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할 정도다. 납치범들은 유산을 상속받은 소년을 노리고, 톰은 프랭크에게 미국으로 돌아가 새 출발할 것을 제안한다. 두 사람은 베를린의 게이 바에서 시간을 보내고 톰은 여장까지 하게 된다.
『심연의 리플리』
리플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심연의 리플리』에서 톰 리플리는 30대 후반이 되었으며, 여전히 엘로이즈와 평화롭게 살고 있다. 프리처드의 집에 초대 받은 리플리는 그 부부가 다소 변태적 성애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프리처드의 아내는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히스테리 증세를 종종 보인다. 리플리는 프리처드의 관심을 떨쳐내기 위해 엘로이즈와 휴가를 떠난다. 그러는 동안 프리처드는 보트를 빌려 오래전 리플리가 죽인 머치슨의 시체를 찾아낸다. 바로 그 순간 독자들은 톰의 한숨 소리를 뚜렷하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수습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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