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지레의 아기 외> <각성>, <실수> 등 두 편의 장편과 다수의 단편을 집필한 작가 케이트 쇼팽은 20세기 페미니스트 소설의 선구자로 불린다. 남성 중심적인 미국 사회에서의 억압된 여성의 삶을 드러내면서 여성주의 작가로 잘 알려졌다. 작품을 통하여 주체적인 삶을 좇는 여성상을 서슴없이 그려내어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아주 파격적이지 아닐 수 없다.
아일랜드계와 프랑스계의 혈통을 이어받아 여자들의 손에 양육된 쇼팽은 결혼 후 루이지애나로 이주하여 케이준 문화와 크리올 문화를 경험하였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쇼팽이 여성의 욕구와 갈망을 지닌 모습을 묘사하는데 많이 녹아있다.
기 드 모파상의 열렬한 팬이었던 쇼팽은 그의 문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삶을 인식하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주요 관심사는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에 살던 여성들의 삶과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모습이었다. 예컨대 〈한 시간 이야기〉에서 말라드 부인 Mrs.Mallard은 남편이 사망한 소식을 듣고 홀로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이 놓인 홀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을 걱정하기보다 전혀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누워 있는 시신의 잘 포개진 부드럽고 다정한 손을 보면 또 울음이 터질 것이 분명했다. 늘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던 얼굴 역시 아무 표정 없이 잿빛으로 굳어버린 모습을 보면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쓰디쓴 순간을 넘어서면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두 팔을 벌려 그 시간을 맞이했다.“
케이트 쇼팽이 소설을 집필하던 시대는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한이 있었던 시기였던 만큼 그녀의 소설들은 더욱 그 의미에 무게를 두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여러 여성 작가들의 소설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지만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샬럿 퍼킨스 – 누런 벽지 등) 케이트 쇼팽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들의 여성 정체성은 단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하게 묘사되어 독자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간다.
인종차별 풍습을 그리는 「데지레의 아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여인을 그린 「바이유 너머」, 존경받는 정숙한 여인의 내면적 욕망을 담은 「점잖은 여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인의 현실적 갈등을 보여주는 「펠라지 부인」, 가슴을 울리는 키스를 나눌 상대를 선택할지 그저 많은 돈을 가진 상대를 선택할지 여성이 배우자를 택할 수 있다는 발상을 보여주는 「키스」, 우연히 생긴 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여성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실크 스타킹」, 전쟁의 아픔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뻔한 여자의 내면을 그리는 「사진 목걸이」를 단편 선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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