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비밀> 기록은 반드시 남아야 한다
내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설로 쓰기 위해 취재를 하러 화성을 처음 찾아갔던 것이 1988년 겨울의 일이니 벌써 15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나도 몹시 바쁘게 살다보니 화성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화제를 일으키자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질문을 했고 답변을 하는 동안 내가 3개월 동안 취재를 다니면서 겪었던 무수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스쳐왔다. 물론 화성에서 직접 수사를 했던 경찰관들이나 피해자 가족들, 주민들에 비해 나의 감회는 다르겠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보려고 했고 나름대로 범인이 어떤 자인지 취재를 하여 많은 추리를 했던 나로서도 미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때 나의 직장까지 등하시하면서 열정적인 취재를 했었다.
화성을 취재할 때 처음에는 당일치기로 취재를 하여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나는 당시에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월차휴가도 내고 연차휴가도 내서 취재를 다녔는데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취재를 다녔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그 후에도 화성 연쇄 살인사건 관련자들과 만날 기회를 여러 번 갖게 되었다. 그 취재 후일담도 만만치 않다. 당시에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책으로 쓴 사람은 내가 유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오고, 편지를 보내오고는 했다. 소설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경찰의 협조는 거의 받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거의 기록을 공개하지도 않고 남기지 않는다. 유가족들도 취재를 하여 책을 내는 것을 반대했다. 책을 내는 일이 피해자 가족들이나 주민들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기록이 공개되어야 하고 책이 나와서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이처럼 살해된 피해자들 뿐아니라 가족들, 경찰들, 용의자들까지도 불행의 수렁에 빠지게 한 사건이다. 추리작가의 취재일기는 사건을 수사했던 일선 경찰과는 다른 점에서 사건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일 수도 있다. 독자들과 함께 사건을 분석해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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