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의 골짜기> 공포만큼 인간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강렬한 감정은 없다!
19세기 미국 공포문학의 대표작가 앰브로즈 비어스의 단편선
유령: [명사] 내면적 공포의 외부적, 가시적 현현
- 앰브로즈 비어스 《악마의 사전》
인간의 나약한 심리와 어둠 속 비현실적 존재가 한데 얽혀 선사하는 매혹적 공포의 세계.
사냥꾼을 찢어 죽인 정체불명의 존재, 깊은 골짜기에 사는 술주정뱅이의 밝히지 못한 비밀, 시체에게 공격당하는 악몽 속에서 실제로 사망한 남자, 영문도 모르고 목 졸려 죽은 여성의 고백 등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기이한 공포 이야기 여덟 편을 소개한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끔찍한 비밀을 감추고 있기에 공포에 짓눌려 굴복하고 마는가?
에드거 앨런 포와 H.P. 러브크래프트 사이에는 앰브로즈 비어스의 시대가 있다.
19세기 미국 공포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앰브로즈 비어스.
‘신랄한 비어스 Bitter Bierce’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간 본성에 대해 냉소적 관점을 지닌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이다. “아무 의미 없다. Nothing Matters."를 신조로, 날카롭고 매서운 비평가로 유명했으며, 제2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을 들으며 공포 판타지 문학의 거장 H.P.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893년 발간된 그의 단편집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Can Such Things Be》 가운데 여덟 편을 선별했다.
책 속 한 구절
이 글을 발견하게 될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겠다. 이것은 내 삶을 기록하는 글이 아니며 내게는 그럴만한 정보가 없다. 이 글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조각난 기억들의 기록일 따름으로, 반짝이는 구슬을 한 줄로 꿴 듯 개별적인 동시에 연속적인 기억도 있고, 거대한 황무지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마녀의 붉은 불길처럼, 혹은 공백과 암전이 사이사이 끼어든 핏빛 꿈처럼, 까마득하고 낯선 기억도 있다.
― <달빛 비치는 길> 중에서
맙소사! 비명도 그런 비명이 없었다! 마치 타이탄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지르는 마지막 외마디 같았다. 비명을 지른 조는 포탄을 발사하고 뒤로 반동하는 대포처럼 비틀대며 물러서더니, 도축 당하는 소가 머리를 쩡하고 맞은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벽을 곁눈질해 노려보고 있었다. 나도 그쪽을 쳐다보았더니 벽에 있던 옹이구멍이 실제 사람 눈동자로 변해있었다! 크고 까만 눈동자 하나가 완전한 무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는데 번뜩이는 악마의 눈보다도 훨씬 끔찍했다.
― <망령의 골짜기> 중에서
그는 반쯤 쓴 빨간 가죽 수첩을 품에서 꺼냈는데 찾아봐도 연필이 없었다. 핼핀은 잔가지를 꺾어 피 웅덩이에 찍어 재빠르게 써내려갔다. 갑자기 가늠하기 어려운 거리에서 낮고 흐트러진 웃음소리가 울리더니 점점 커지고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핼핀의 나뭇가지 촉이 종이에 닿는 둥 마는 둥 했다. 한밤중 호숫가에서 미치광이가 홀로 웃듯, 영혼 없이 싸늘하고 구슬픈 웃음소리는 손닿을 거리에서 섬뜩한 비명으로 고조되어 정점을 찍더니 서서히 사그라졌다. 마치 웃음을 터뜨린 지옥의 존재가 원래 있던 세상 끝 벼랑 아래로 물러가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핼핀은 그렇지 않다고, 그것이 가까이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 느꼈다.
― <핼핀 프레이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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