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단편선> 공포 문학의 거장이 자아내는 미지의 공포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인 ‘미지의 공포’를 묘사하면서도 결코 사실감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러브크래프트의 그러한 장기는 <금단의 저택>에 드러나는 저택 내부와 외부의 상세 묘사, 저택에 살던 가문의 연대기, <픽먼의 모델> 에서 나타나는 꼼꼼한 사실주의에 대한 찬양 등에서 나타난다. 자세한 묘사로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함으로써 인간의 미지를 향한 깊숙한 공포가 더욱 효과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공포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 가볍게 시작하고 싶은 독자라면 러브크래프트가 자아내는 무시무시한 세계에 빠져들기를 권한다.
고대의 초자연적 공포와 과학적인 인간
본 단편선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고대의 초자연적 공포 앞에 놓인 논리적이고 지적인 인간들이다. 그 무대가 뱀파이어가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저택이든, 수상쩍은 예술가의 어두컴컴한 작업실이든, 되살아난 망자가 누워 있는 해부대든, 찬 바람이 끊이지 않는 기괴한 방이든 등장인물들은 비현실적인 상황을 미신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논리를 동원해 부정하거나 탐구하는 자세로 공포에 맞서지만 미지의 공포가 정체를 드러내는 일은 드물다. 작품 전체에 깔려있는 이러한 무력감과 정체불명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또한 오래된 미신과 과학의 발전이 뒤죽박죽 뒤섞인 시대상, 전쟁으로 황폐해진 시대정신이 잘 반영되어 있어 당대의 분위기를 읽어보는 재미 역시 존재한다.
책 속 한 구절
- 시체가 이성과 분별력을 갖춘 채로 말을 했다는 사실은 소생의 시약이 드디어 완성되었다는 뜻이었고, 대성공을 깨닫자마자 환희가 찾아왔다. 하지만 환희는 오래 가지 않아 뒤이어 무시무시한 공포가 나를 급습했다. 공포의 근원은 그 시체가 아니었다.
- 희번득이는 붉은 눈을 한 괴물이 뼈가 드러난 발톱으로 인간의 시체를 그러쥐고 막대사탕을 야금거리는 아이처럼 머리를 갉아먹는 광경이었어. 그것은 웅크려 앉은 자세였지만 당장이라도 먹이를 버리고 더 군침도는 사냥감을 찾아나설 것처럼 생생함이 넘치더군. 하지만 진짜 공포의 근원은 그 악마 같은 형상이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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